IDR Architects Projects News News People Contact Projects
언제나 사람이 먼저인 솔직한 건축

두 분 소개를 부탁드려요.

BR “저희 둘 다 서울대에서 각각 미술, 조경을 전공하다 건축으로 진로를 바꿨어요. 졸업 후 아뜰리에 건축사사무소에서 3년간 실무를 경험한 뒤 건축사 시험을 치렀고, 결혼 후 둘이 번갈아가며 일과 육아를 병행하다가 런던으로 건너가 5년간 공부하고 실무를 익히고 돌아왔어요.”

‘IDR’은 어떤 의미인가요?

SH “사무소 이름을 지으려고 한창 고민하던 때였어요. 아이가 넌센스 퀴즈로 눈이 없는 사슴을 영어로 뭐라고 하는지 아냐고 물었는데, 그때 퀴즈의 답인‘노 아이디어no Idea’(‘노 아이 디어no eye dear’)를 듣고 좋은 이름이 되겠다고 생각했지요. 저희의 가능성을 한정 짓고 싶지 않았기에 (노) 아이디어를 연상시키는 알파벳을 조합해 IDR이라 지었습니다.”

두 분이 추구하는 건축의 방향은 어떤 것인가요?

SH “건축가의 개성이나 성격은 건축의 결과물로 나타나요. 저희가 없는 말도 못 하고 자기 PR도 못 하는 대신 매사에 솔직하려고 하는데, 그래서 저희 건축도 솔직한 편이지요.” (웃음)

BR “저희 작품을 돋보이게 하려고 건축주를 불편하게 만드는 일은 하지 않아요. 세련되고 걸출한 건 아니지만 저희만의 무언가가 있는 듯합니다.”

단적인 예를 든다면요?

SH “서패동 주택은 일부러 무엇을 더한 건 없고, 오직 창 프레임에 철 판을 덧댈 때 각도에 아주 조금씩 변화를 준 게 다예요. 빛을 받으면 그림자의 각이 크게 나오기 때문에 입체감이 살아 있지요. 전 소장이 진행한 압구정초등학교 다목적 강당도 같은 콘셉트입니다.”

강당 건물이 굉장히 근사해요.

BR “먼 산을 보면 병풍처럼 꺾여 있는데, 그 면들이 빛을 받으 면 묘하게 계속 달라져요. 거기서 영감을 얻어 설계했어요. 학교 건축을 하다 보면 아이들의 창의성을 위해 원색을 사용하는데, 저는 자연 그대로의 색깔이 아이들에게 좋다고 생각해 운동장의 흙바닥 색깔에 맞춰 물성을 살린 재료를 사용했습니다.”

두 분의 첫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BR “울산 ‘매곡도서관’으로 2015년에 공모에 당선돼 2017년 봄에 완공했어요. 그 당시에는 어린이 열람실과 일반 열람실이 서로 다른 층에 분리되어 있었는데, 가족이 함께 편하게 책을 보는 데 초점을 맞추었지요.”

SH “매곡도서관은 대지에 완만한 경사가 있는데, 도서관 내부에 경사로를 만들고 낮은 레벨에는 어린이 열람실을, 높은 레벨에는 일반 열람실을 구성해 이 길을 따라 산책하듯 거닐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서패동 ‘꺾인집’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SH “영화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는 젊은 부부의 집인데, 저희 블로그를 보고 연락하셨더라고요. 이렇게 글을 정성스럽게 쓰는 사람들이라면 집도 정성껏 지어줄 거라 생각하셨대요. 건폐율 20%까지만 가능한 작은 땅에 집을 짓고 정원을 꾸미기 위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낸 작업이었어요.”

작년에 <부부 건축가 생존기, 그래도 건축>을 출간했어요.

BR “처음부터 책을 내려고 글을 쓴 건 아니고, 누군가가 출판사에 제보를 해서 시작했어요. 기존 블로그에 올린 글을 재편집하는 것이니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시의성도 다르고 사례도 추가되어서 새로 정리하느라 1년 가까이 걸린 듯해요. 일반인이 알아두면 도움 되는 건축적 내용을 위주로 실었어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SH “처음에 공공 건축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민간 프로젝트 위주로 진행하는데, 저희 작업을 보고 찾아온 분을 위해 좋은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물론 공공 건축의 끈도 놓지 않으려 합니다. 현재 화성시의 총괄기획건축가를 맡고 있는데, 건축과 도시의 디자인 방향을 제시하고, 좋은 공모전을 열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건축가 BR 김재관 소장. 늘 공감해주고, 뛰어난 통찰력으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SH 존경하는 건축가는 오퍼스의 우대성 소장. 건축계가 언제나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낸다.
기억에 남는 건축물 BR 남해 사우스 케이프. 마지막 피니싱 작업까지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영감을 주는 것 SH 운전이나 샤워, 설거지 같은 일상 순간들. 다른 일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뇌가 느슨해지는 시간이다. BR 독서. 재료를 쌓아 두는 시간이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집 SH 사람이 잘 보이는 집. 건축가도 잘 보이고 건축주가 공간에 치이지 않고 잘 보이는 집.


<행복이 가득한 집> 2021년 9월호에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