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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학교 건축학과 건축실무 수업 과제 인터뷰

[회사 운영]

두 분이서 공동으로 사무소를 개업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두 사람이 건축과 학생으로서 학교에서 만나서 결혼에 이르게 되었고 설계사무소도 같은 시기에 다녔기 때문에 특별한 계기 없이 사무실을 공동으로 여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개업 초기에 직원을 쓸 만한 여유도 없었고 혼자 하기에도 부담스러운 점이 있었기 때문에 여러 모로 고민이 필요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회사 개업 이후 첫 설계 공모 당선까지의 회사 운영은 어떻게 하셨나요?

사무실 운영을 안 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등록 후 첫 일이 공모전 준비였습니다. 생계는 학교 출강으로 유지했고요.

회사 내에서 업무 분담은 어떻게 하고 계신지, 프로젝트나 회사 운영 방식 중 의사 결정 과정에서 충돌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부부 건축가로서 다른 공동 운영자들에 비해 의사 결정이 더 원활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전보림 소장이 건축주와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직원들의 업무를 관리합니다. 이승환 소장은 BIM과 CG 업무를 총괄하고 외부 강연 준비와 홈페이지 등의 대외 PR 업무를 담당합니다. 프로젝트 디자인은 두 소장이 공동으로 머리를 맞대고 진행하고요.

의사 결정의 충돌에 관해서는 솔직히 모든 파트너십의 경우가 다 다르기 때문에 다른 팀과 비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충돌의 순간은 언제나 힘들지만, 제 3자에게 판단을 물어보는 경우, 서로 고집을 부리며 한 쪽이 포기하기를 바라는 경우, 선택의 권한도 주지만 책임도 함께 주는 경우,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타협점을 찾는 경우 등 모든 가능한 방법을 다 사용합니다. 역시 안건과 상황, 조건에 따라 어떤 방법을 쓰는 지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처음 사무실 개업을 준비하실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고, 어떤 요소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셨나요?

일이 없는 것이 가장 힘들었고, 그 다음은 일이 생겨도 작품으로 남을 지에 대한 회의였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당장의 이익 보다는 작품으로 남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가짐이었습니다.

아이디알은 다른 설계사무소와 달리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지양하시는데, 정해진 기간 촉박하게 수행되는 프로젝트에서 시간적으로 부족하진 않으신지, 일정을 어떻게 조율하시나요?

지양은 하지만 촉박한 프로젝트인 경우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하기도 합니다. 다만 처음 매곡도서관 프로젝트를 제외하고는 아무리 바빠도 전체 프로젝트 기간의 10~20%을 넘은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대개의 경우 실시도면 납품 마무리나 공모전 하루 이틀 전이 아니면 야근이 거의 없습니다. 부득이하게 주말이나 휴일 출근을 하게 되면 며칠 안에 대체 휴일을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시간은 주로 소장이 일하는 것으로 메웁니다. 소장이 직접 모델링도 하고 도면도 그리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바쁘게 돌아 갈 때는 직원은 야근을 안시켜도 소장은 새벽이나 밤이나 주말에도 계속 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 질문과 이어서 아이디알의 운영방식을 보면 설계 외적인 시간 들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계신 것 같은데, 프로젝트가 끝난 후 휴식기 에 어떻게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시나요?

아직은 정해진 방식이 없는 것 같네요. 일부러 재충전을 가지기 보다는 공모전으로 당선된 프로젝트의 경우 납품이 끝나기 전에 다음 공모전에 도전해야 하는데 에너지가 없어서 손놓고 있다가 납품 끝나고 나서 일감이 떨어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한가하게 지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노력에 비해 보상이 큰 프로젝트를 하지 않으면 휴식기란 바로 적자로 이어지기 때문에 고민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구체적인 재충전의 방법을 묻는다면 작년과 올해 사무실 MT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아니면 저희 가족 여행에 직원들이 따라가는 형태로 보아야 할까요?^^

[실무]

첫 프로젝트인 <매곡도서관>을 진행할 당시에는 아직 다른 업체와의 협업이 전무하셨을텐데, 설계공모 당선부터 준공까지 어떻게 초기 협업 관계를 이루셨나요? 신뢰관계 구축에 있어서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협력업체와의 신뢰관계에 있어서 핵심은 일을 잘 하는가, 그리고 비용은 적당한가 이렇게 두 가지라고 봅니다. 매곡도서관에 당선되고 나서 처음 한 일 중의 하나가 공공건축을 하는 잘 아는 다른 사무실을 찾아가서 어떻게 일을 진행하면 되는지 상담을 한 것이었고, 이를 통해 신뢰할만한 협력업체 명단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협력업체 비용은 경험이 많지 않았던 때라 운영의 감 또한 없었기 때문에 일단 일이 잘 되게 하고 보자는 생각에서 넉넉하게 책정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이후에도 협력업체는 저가보다는 비용은 좀 들더라도 일을 제대로 하는 곳과 일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다만 기계설비나 전기설비, 그리고 토목과 관련해서는 건축물 규모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과한 설계를 하는 업체는 좀 피하려고 합니다.

두 분 모두 국내와 영국, 두 나라에서의 실무 경험이 있으신데, 실무에 있어 두 나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영국 유학 전후의 가치관이 어떻게 변화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영국은 건축가의 권한과 책임이 훨씬 크다는 점이 가장 다른 것 같습니다. 즉 건축가는 업무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받고, 보험 등을 통해 그만큼 설계안에 대한 책임을 지는 구조입니다. 심지어 새로 시도하는 디테일에 대해서도 개별 보험을 들 정도로 이런 시스템이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신축 설계가 많지 않고 리모델링, 리노베이션이 많다는 점인데, 아마 도시 구조와 기반시설에 대한 정서가 우리나라와 근본적으로 달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개발도 많이 하고, 좀 낡은 것은 빨리 바꾸려고 하는데, 영국은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와는 상반된 성향을 가지고 있는 편이거든요. 설계사무소, 특히 소규모인 경우 업무 방식도 이런 부분에 최적화가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유학 후 가치관이 달라졌다기보다는, 공공의 가치에 대한 존중이 사회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어나가는지를 직접 보고 경험한 부분이 큰 것 같습니다. 서로 조금씩 배려하는 사회, 불편해도 역지사지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려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아이디알의 특징으로는 표준화되지 않은 자신들만의 디테일을 꼽을 수 있고, 상당히 많은 시간을 투자하신다고 알고 있는데, 그 디테일을 실현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이는 저희만의 특징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많은 아뜰리에 사무실이 디테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또 좋은 결과를 얻고 있습니다. 저희는 아직 많이 부족한 편이고 실현된 것이 그다지 많지 않죠.

어쨌든 디테일 실현을 위해서는 일단 많은 사례를 모읍니다. 여행이나 답사, 또는 평소에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디테일을 사진으로 찍고, 또 인터넷(주로 핀터레스트를 애용합니다)에서 좋은 사례를 계속 스크랩합니다. 도면을 얻을 수 있으면 좋지만, 많은 경우 도면이 따로 없기 때문에 최대한 드러나는 것만으로 저희 경험을 보태어 상세를 스케치합니다.

저희는 BIM을 설계에 많이 이용하는 편이라 구조와 마감을 분리할 수 있을 정도로 3D 모델링을 충실히 진행하는데, 여기에 스케치를 통해 어느 정도 결정된 디테일을 적용해서 가능 여부와 효과를 테스트합니다. 이렇게 디테일까지 반영된 모델을 잘라서 2D 도면의 틀을 만들고 캐드로 이를 가져와 도면을 다듬고 내용을 추가해서 상세도를 완성합니다. 공공프로젝트는 납품 이후의 상황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좀 방어적인 디테일을 쓰는 편이고, 민간 프로젝트는 이후 시공사와 충분한 협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공격적인 디테일을 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건축 설계]

공공 건축에서 중요한 요소 중 공사비 확보, 건축주와의 시간 엄수, 건축물의 품질 확보 등 어떤게 가장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글쎄요, 공공 건축은 일단 공사비와 일정 모두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둘 사이에 최우선을 따질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국가를 상대로 한 계약이니까요. 공사비는 발주처의 상황에 따라 조정 가능한 부분도 있지만, 어느 선이든 맞추라고 하면 맞추어야 하니 의무사항인 점은 같습니다. 위의 두 가지를 맞추다보면 희생되는 것이 건축물의 품질인데, 우리나라 공공 건축의 수준이 떨어지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발주처의 입장에서는 건축물의 품질(정확한 맥락으로는 설계의 품질)은 주관적인 요소고 공사비와 일정은 아주 객관적인 요소라 결국 설계의 수준이 떨어지고 마는 것이지요. 매우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설계와 시공의 분리 발주, 설계공모 선정 방식, 표현 제한 등 공공 건축에 있어 건축가의 역할의 축소가 결과적으로 공공 건축물의 품질을 저하시키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점을 개선하기 위해서 건축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건축주의 사회적 인식 개선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건축가의 개인적인 노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건축가가 노력한다는 것은 결국 저비용으로 많은 일을 한다는 것인데 결국 노동환경을 열악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니까요. 저희도 초반에 그런 식으로 일을 해보았지만 건축설계라는 직업의 지속가능성을 해치게 되는 것 같아 (적어도 직원들에게는) 그런 방식을 강요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공 건축과 관련된 모든 관계자들의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봅니다. 여기서 관계자들이란 발주처, 발주처가 고용한 민간 전문가(총괄/공공건축가), 이용자(시민), 설계자, 공모전 관계자(기획 및 심사위원 등), 관급자재업체, 관급시공업체 등을 모두 포함합니다. 이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의 개혁도 필요하지만(국가건축정책위원회의 활동이 대표적이죠), 이러한 개혁에 당위성이 생길 수 있도록 여론이 움직여야 합니다. 저희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글을 쓰는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공공 건축을 주로 하고 계시지만, 최근 상업 시설이나 주택 설계도 하신 걸로 알고있어요. 공공 건축과 비교하여 특별히 신경을 쓴 요소나 차이점이 있나요?

일단 설계의 프로세스나 노력의 정도가 다르지는 않습니다. 민간 건축의 일정도 건축주와의 약속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공공 건축은 공모전을 통해 안이 먼저 결정된 상태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저희 안이 달라지지 않도록 방어하는 자세로 프로젝트에 임하는 편이고, 민간 건축은 큰 부분의 결정 단계에서부터 작은 재료와 디테일을 결정하는 단계까지 건축주와 긴밀하게 의사소통을 하면서 같이 안을 만들어나가는 자세로 일한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물론 저희가 대안을 많이 만들지는 않고 내부적으로 정리한 두 가지 정도의 선택지를 가지고 건축주와 협의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 설계 의도와 달리 시공 중 변경된 사항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하셨나요? 설계와 감리가 분리 발주되는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민간이든 공공이든 시공 중에 발생한 상황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노력을 할 뿐이죠. 물론 ‘할 수 있는’의 범위가 넓긴 하지만요. 예를 들어 이미 저질러진 일이고 일정이나 비용, 권한 상의 이유로 되돌릴 수 없다면, 이후 후속 공정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이 덜 드러나게 할 수 있는 안이 있는지 찾아서 현장에 전달한다던가 하는 일이죠. 민간 건축의 경우 좀 더 현장에 정정이나 보완을 요구할 수 있는 사안의 범위가 넓지만, 본질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조치를 요구하거나 대안을 찾아본다는 점에 있어서는 민간과 공공이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감리를 하지 못했던 공공 건축에서 그나마 저희 의견이 반영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시공사를 잘 만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설계와 감리가 분리 발주되는 방식에 대해서는 매우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고요, 사실 지금처럼 저비용 업무인 감리가 너무 많은 책임을 지도록 되어 있는 구조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설계의도구현 업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데, 건축물의 품질과 품격을 구분하여 안전과 성능에 직결되는 품질은 별도의 감리에게 맡기더라도 건축물의 품격만은 원설계자에게 일임하도록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설계비 산정에 있어서 총 공사 비용에 근거한 공사비 요율방식에 대해서 건축가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매우 불합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적정 공사비보다 적게 책정된 프로젝트의 경우 설계에 들어가는 노력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합니다. 더구나 현재의 공사비 요율 자체도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죠. 현재 설계비 산정방식 중 그나마 가장 현실을 비슷하게 반영하고 있는 방식은 실비정액가산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세한 것은 건축정책학회에서 2015년에 만든 <건축주를 위한 알기쉬운 설계비 산정 가이드>를 참조 바랍니다(구글 검색하면 다운로드 가능).

작년부터 건축계의 악행이었던 ‘수의시담’을 금지한다는 국토교통부의 고시가 있었는데. 실무에 계신 분들로서 금지된 이후의 긍정적인 변화를 체감하고 계신가요?

네, 이 부분은 해석의 여지가 없는 명확한 지침이기 때문에 큰 변화가 있습니다. 다만 일부 지자체에서는 관습대로 수의시담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건축가들이 법령을 근거로 발주처에 제대로 된 설계비를 요구하면 대부분 문제가 해결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설계 공모의 본래 목적과 달리 그 가치가 점점 변질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앞으로의 젊은 건축가들이 어떻게 대처해야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정확한 질문의 의도를 모르겠습니다만 설계 공모의 조건은 점차 나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각 지자체로 총괄건축가들이 파견되면서 괜찮은 설계 공모의 수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기존의 설계 공모 시스템에 의존하던 세력들 – 부패한 심사위원과 실력 대신 로비로만 당선을 노리는 – 의 반발이 우려되긴 합니다. 현재 공공 건축/설계 공모라는 시장(시장이라고 단순화하긴 그렇지만 젊은 건축가들에게는 중요한 시장임에는 틀림없습니다)은 큰 변혁의 과정에 있고, 앞으로 이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주의 깊게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세종대학교 건축학과 건축실무 수업 과제 인터뷰

마케팅의 경우 어떤 방법을 선택하시나요?

우리는 마케팅에 별로 소질이 없습니다. 때문에 설계공모를 통한 공공 건축부터 시작을 했던 것이구요. 몇 개 안되는 민간 건축을 수주하게 된 것은 몇 번의 수상실적(인터넷 등 언론에 노출이 되므로)과, 홈페이지 그리고 블로그에 올린 글들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사실 블로그에 올린 글들은 건축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호응을 보내오는 편이긴 하지만, 의외로 글이 담고 있는 가치관에 공감하고 우리에게 건축문의를 하러 오시는 민간 건축주 분들이 계셨습니다.

협력업체와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협력업체는 기계, 전기통신, 토목, 구조 등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서 우리와 계약 관계를 맺는 엔지니어링 컨설턴트를 염두에 두고 답변하겠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건축 설계를 하면서 작은 실수는 나중에 큰 책임 소재의 문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가능한 초기부터 정확한 정보와 자료, 컨설팅을 해주는 협력업체와 일을 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예산의 규모에 비해 너무 과한 설계를 하여 진행에 차질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처음부터 프로젝트의 성격에 맞게 알맞은 설계를 하는 업체를 선호합니다. 그 대신 우리는 최대한 협력업체에게 충분한 시간과 합리적인 비용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계약서상 우리가 갑이고 컨설턴트가 을이지만, 우리도 건축주와의 관계에서는 을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있습니다.

주력 사업의 자금 조달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글쎄요, 설계사무소의 주력사업은 어떤 걸까요? 사무실의 자금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경우라고 가정을 하고 답변하겠습니다. 먼저 공공 건축의 경우 안타깝게도 계약금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다만 선급금이라는 것이 있는데, 조건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나중에 선급금을 어떻게 썼는지 지출증빙을 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무소에서는 소장/대표가 개인적으로 융통을 해서 사무실 계좌에 운영비를 넣고서 프로젝트가 종료되어 설계비 지급이 되면 정산을 하는 쪽을 택합니다. 이런 방식을 회계에서는 가수금이라고 하지요. 일반 민간 건축이면 그 비율은 계약서마다 다르지만 계약금이 있고, 설계 단계에 따라 설계비를 나누어 지급받기 때문에 건축주가 상식이 있고 성실한 사람이라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단, 그렇지 않은 경우 공공 건축보다 훨씬 골치 아픈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지요.

건축주와 함께 협업하여 작업을 하시는 편이신가요?

협업의 의미는 민간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건축주를 디자인에 참여시킨다는 뜻인가요? 어떤 건축가들은 ‘설계는 내 고유의 영역이니 관여하지 마시라’는 태도로 건축주의 의견을 받지 않고 설계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그런 태도가 그렇게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작품을 보고 설계 의뢰를 하기로 마음을 먹은 건축주라면 어느 정도 우리의 스타일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먼저 설계를 시작하기 전에 어떤 집을 짓고 싶은지 우리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를 달라고 합니다. 필요한 공간부터 원하는 외관의 모습까지 말이죠. 단, 직접적인 사진 등의 레퍼런스는 조심하는 편입니다. 그대로 지어달라고 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죠. 그 균형점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능하면 언어를 통해, 그리고 약간의 힌트를 줄 수 있는 이미지 정도면 좋습니다. 그리고 설계 단계에서는 기본적으로 큰 전제는 정해놓고 나서, 내부적으로 좋다고 생각하는 두 개 정도의 안을 만들어 건축주에게 제안을 합니다. 설계안이 확정되고 나면, 재료와 디테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우리가 결정을 하고, 건축주가 특별히 원하는 것이 있거나 우리가 건축주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때그때 의견을 주고받으며 결정을 해나갑니다. 이 정도가 우리가 생각하는 건축주와의 협업인 것 같습니다.

건축주와의 마찰이 있을 경우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건축가와 건축주 사이에 있을 수 있는 마찰의 종류는 워낙 많고 또 우리가 많은 민간 프로젝트를 수행한 것이 아니기에 충분한 답을 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설계에 관해서라면 건축주와 의견이 맞지 않으면 어떤 부분에 있어서 서로 이견이 있는지 조심스레 파악해서 건축주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우리 의도를 벗어나지 않는 해결책이 없는지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아직까지 건축가를 존중하지 않는 건축주를 만난 적은 없기에 크게 갈등 없이 문제를 해결해온 편입니다. 다만 공공 건축의 경우 워낙 불합리하거나 납득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설득과 투쟁을 번갈아가며 의도를 관철하기 위해 고생한 편이었습니다. 국가를 상대로 한 계약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결정적인 문제가 없는 한 그쪽에서도 마음대로 건축가와의 계약을 해지할 수 가 없죠. 그런 점 때문에 어느 정도는 배짱 있게 우리의 의도를 주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받아들이고 말고는 그쪽에 달려있긴 하죠.

직원분들이 회사에서 받는 교육이 있을까요?

아직은 작은 사무실이라 직원이 많지 않습니다. 직원 없이 소장 둘만 있을 때도 있고 어떨 때는 2, 3명의 직원이 같이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직 체계적인 교육을 해본 적은 없고요, BIM을 쓰는 프로젝트가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면서 쉬운 단계부터 자연스럽게 BIM을 습득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물론 비정기적으로 특정 사안에 대해 직원들 여럿에게 설명을 하는 경우는 있고요(주로 BIM 프로그램 사용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다른 설계사무소와는 다른 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만의 특별한 문화가 있을까요?

우리 사무실은 소장/대표의 집과 인접하여 있습니다. 같은 건물의 다른 층이죠. 문화라고 한다면 일주일에 2회 정도 소장의 집에서 식사를 같이 한다는 것 정도일 것 같네요. 직접 두 소장이 준비를 하기도 하고, 미리 준비한 식재료로 직원들과 같이 만들어 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외에 복지와 관련해서는 야근과 휴일 출근을 최대한 지양한다는 것 정도입니다. 마감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휴일에 출근하면 마감이 끝나고 나서 대체 휴일을 택하여 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무실 업무의 범위와 운영 방식은 어떻게 하시고 계신가요?

우리 사무실의 업무 범위는 건축설계와 감리입니다. 감리는 우리가 설계한 건물만 감리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운영방식은 질문의 범위가 확실치 않아 어떻게 답변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과거에는 어떠한 비전을 가지고 계셨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떠한 건축을 하고 싶으신지 알고싶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생존이 목표였습니다. 개소하고 3-4년 안에 지속 가능한 설계사무소를 만드는 것이 지상 과제였죠. 이 고비를 못 넘고 포기하는 사무소도 많이 보았고요. 지금은 공공 건축으로 어느 정도 알려진 상태고, 민간 프로젝트가 조금씩 들어오는 단계에 있습니다. 사실 어떤 건축을 할지는 지금도 끊임없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주제입니다. 미적 기준으로만 보면 가장 고급스러운 프라이빗 건축을 하고 싶기도 하고, 동시에 공공의 가치를 알기에 모두에게 의미가 있는 멋진 공공 공간을 만들고 싶기도 합니다. 아마도 앞으로도 이 두 방향사이에서 고민하며 작업을 하지 않을까 합니다.

공공 건축을 하시면서 느끼는 민간 건축과의 다른 어려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가장 큰 차이는 주인의식이 없다는 거죠. 공무원의 지상 과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고 감사를 별 탈 없이 통과하는 것이니까요. 좋은 건물이 되어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갖지 않은 사람들과 일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절차와 형식을 위한 일들에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하는 것들도 힘들게 하는 요소였죠. 좋은 건축이 되는 것과는 아무 관계없는 문서 작업, PT 준비 같은 것들입니다. 그래도 우리가 처음으로 했던 공공 건축인 울산 매곡도서관은 담당 주무관이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성심껏 프로젝트에 임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지만, 그 이후 했던 교육청 일은 참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한정된 예산과 빠듯한 설계기간 등도 어려운 점이었지만, 이는 민간 건축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하네요.

블로그에서 로비에 관한 글을 읽었습니다. 건축설계 공모가 이전보다는 공정해진 걸로 알고 있는데 실상 느끼시기에 다른 점이 있으신가요? 건축학과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나중에 어떻게 처신해 나가야할까요?

다행스럽게도 요즘 공모전이 점점 더 공정한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적어도 대형사가 아닌 작은 아틀리에 사무실이 참여하는 공모전들은 그런 것 같습니다. 일단 조금씩 심사위원 구성이 실무를 하는 건축가 중심으로 바뀌고 있고, SNS로 심사 과정을 생중계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죠. 각 지자체별로 총괄건축가가 선정되어 지역 건축계의 불합리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도 하고요.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로비의 유혹에 빠지지 말라는 것, 그리고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상황에 맞닥뜨리면 침묵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우리도 공모전 심사위원이 되어 불합리한 상황을 마주하면 참지 않고 해야 할 말을 하려고 합니다.


부경대학교 건축학과 건축계획 매곡도서관 사례조사 질문

두 분 건축가분의 건축관이 어떻게 되시는지 궁금합니다.

건축관을 몇 마디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네요. 2019년 젊은건축가상 도록 ‘젊은 건축가’의 아이디알 파트 #배경 편이 저희 건축관을 가장 잘 설명할 것 같습니다. 사진과 같이 봐야 하기 때문에 구입이나 도서관 대여를 추천합니다.

매곡도서관을 설계 하실 때 설정하신 컨셉이나 의도가 무엇인가요?

매곡도서관 설계소묘를 첨부합니다. 또한 위 책의 #공공 편을 참고하면 되겠습니다.

매곡 도서관 건축주가 요구한 사항들이 무엇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특별한 맥락이 없는 지역 공공도서관으로 구청장이 ‘명품 도서관을 만들어달라’고 한 것 이외에는 요구되는 실 면적에 대한 지침이 전부였습니다.

설계 시 가장 고려되었던 것이 무엇이었나요?

저희가 도서관을 통해 성취하고자 하는 바는 설계소묘를 참고하면 되겠습니다. 단,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 순환하는 경사로와 이에 따라 펼쳐진 각각 다른 레벨의 열람실을 여러 제약 조건(면적, 층고, 무장애공간 등)에 맞추어 현실적으로 풀어내는 일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1층에서 2층으로가는 경사로의 난간이 높고 두꺼워서 1층에서 느낀 개방감을 2층에서는 못느끼게 하는 것 같았는데 특별하게 이렇게 하신 의도가 있으신가요?

우리나라 현행법상 모든 난간의 높이는 1200mm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공공건축은 지나치게 안전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 발주처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아예 경사로와 2층 난간 위를 유리로 막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저희 의도가 무너지는 요구였기 때문에 저희는 난간을 두껍게 하면 매스감도 살리고 안전의 문제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고 하여 그렇게 협의를 했습니다. 나중에 구청장 보고에서 다시 이 문제가 제기되었는데 다시 난간 높이를 높이자는 발주처의 요구가 있었고, 저희는 안전도 중요하지만 개방감이 약해진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여 결국 50mm만 더 높혀 1250mm로 만드는 수준에서 막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100mm 높이에 난간 폭을 300 정도로 두껍게 만들면 개방감과 동시에 안전 문제도 크게 대두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1층 열람실 가운데에 2층을 잇는 계단이 있는데, 이 계단에 의해서 1층 뒤쪽의 열람실 시야를 방해하는 듯 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중앙부분에 계단을 둔 것에 대한 생각이나 의도가 어떤것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원래는 경사로 순환 구조를 완성하고 일반열람실과 어린이열람실을 빨리 잇는 동선을 두기 위해 계획한 계단입니다. 초기 스케치는 가벼운 철골구조로 원형 돌음계단을 의도했습니다. 그러나 공무원이 이 계단이 의무적으로 두어야 하는 직통계단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직통계단에 적용되는 계단참을 반드시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여(원형 돌음계단에 계단참이라니 참 어이가 없었죠) 묵직한 일반 계단으로 풀 수밖에 없었습니다. 원형 돌음계단은 법적 규정이 미비해서 저마다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학생회 설계분야 동문들에게 궁금한 것들

설계로 직업을 선택한 결정적 동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만들고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건축과 학생이 되어 설계 수업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모형으로 만들고 또 만드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기는 경험이 너무 재미있어서 설계 이외의 분야는 별로 고민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다만 졸업 후 사회에 나가서 설계 실무를 하면서 이런 즐거움은 일의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고, 실제로는 커뮤니케이션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대학원 진학 여부가 어느 정도 중요한지 궁금합니다.

건축 설계라고 모두 설계사무소에 다니거나 소장이 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설계 이론과 기법, 각종 정책과 기획 등 많은 분야가 있습니다. 당장 건물을 설계해서 뭔가를 만들어 내는 것에 관심이 있다면 대학원 진학은 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건축의 외연을 확장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싶다면 아카데믹한 바탕을 쌓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먼저 설계 분야 안에서 자신이 하고 싶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세부 분야가 어떤 것인지 면밀히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대형 설계사무소와 아뜰리에 사무소에서 바라는 인재상과 사무실 내 분위기의 차이, 그리고 각각의 장단점이 궁금합니다.

아뜰리에는 어떤 방식으로 누구와 일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분위기가 사무실마다 천차만별이라 네트워크를 통해 잘 알아보고 들어갈 필요가 있죠. 또한 작업도 중요하지만 소장의 인성, 업무 방식도 중요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그 사무실에 사람들이 얼마나 오래 남아 있느냐인 것 같습니다. 아뜰리에는 결과적으로 빠른 시간 안에 프로젝트 하나를 책임지고 이끌어나갈 수 있는 직원이 되기를 요구하는데, 다시 말하면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처음에는 좀 힘들 수가 있죠. 하지만 자신과 잘 맞는 업무방식과 가치관을 가진 사무소를 만나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형 사무소의 경우 탄탄히 짜여진 시스템을 바탕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개인의 결점은 조직을 통해 보완이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많이 모인 조직이다 보니 정치적 역학관계가 아무래도 존재하고 이런 것들이 능숙하면 몰라도 피곤하게 느끼는 사람들은 힘들어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또한 아뜰리에에 비해 성장속도가 아무래도 늦고, 조직 안에서 능동적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지 않으면 한 가지 일만 잘 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위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규모 프로젝트를 다루면서 얻는 성취감은 대형 사무소만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죠.

가장 예민한 부분은 아무래도 급여의 차이일 텐데, 이 문제는 우리나라 설계시장의 구조가 획기적으로 개편되기 전에는 아무래도 해결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유학을 다녀오는 것이 정말 더 좋은가요?

유학의 의미는 경험의 확장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세계화와 IT의 발달로 정보의 소통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닙니다. 모르는 것을 배우기 위해 유학을 갈 필요는 없다는 뜻이죠. 저는 유학을 다녀왔는데, 스튜디오 친구들의 어마어마한 작업량과 집중력을 보고 받은 자극이 가장 크게 얻은 것이었습니다. 또한 졸업하고 나서 몇 년 해외 생활을 하면서 얻은 문화적 경험도 인식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었고요. 요즘 소위 국내파로서 좋은 작업을 하는 건축가들이 많은 것을 보면 유학은 경험의 선택에 불과하지 예전처럼 일종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다녀와야 하는 필수코스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설계 분야의 장단점은 무엇이고 또 일은 얼마나 힘든지 궁금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성취감을 위해 하는 일 같습니다. 이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어려운 과정을 견디기 힘든 것 같아요. 설계의 즐거움도 있지만,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넘어야 하는 산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스트레스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는 능력이 없다면 쉽지 않은 직업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하지만 건물이 다 지어지고 나서 느끼는 뿌듯함은 다른 어떤 직업도 줄 수 없는 매력이죠.

사무소의 소장/대표/임원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어땠나요?

사실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클라이언트와 라이선스, 이 두 가지 입니다. 그 중에서 좀 더 중요한 것은 클라이언트죠. 라이선스 없이도 설계사무소를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하니까요(라이선스를 줄 사람을 고용하면 됩니다). 그 앞의 경험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답은 없습니다. 저는 대학원 2년(그 당시 5년제는 없었습니다)과 아뜰리에 3년 경험 후 바로 라이선스를 땄지만, 대형 설계사무소도 경험해보고 싶었고 해외 생활의 로망도 있었기 때문에 10년을 묵혔다가 사무소를 열었습니다. 열고 나서도 일이 없어서 공모전을 통해서 첫 작품을 만들었죠. 다시 말하면 공모전에서 당선이 될 실력을 키우든, 지인 찬스를 쓰든, 어떻게 해서든 일을 만들 수만 있다면 사무소의 소장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은 그 일을 작품으로 만들어 자신을 알리면 되는 것이죠.

앞으로 미래에서 한국 건축업계나 건축학도가 갖춰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어려운 질문인데요. 일단 건축업계는 전문성이 중요합니다. 전문성이란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지는 자세를 뜻합니다. 우리나라는 해외에 비해 설계자가 책임을 지는 경우가 별로 없죠. 그런데 그 이면에는 설계자가 책임을 질 수 있을 정도의 제대로 된 보수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결국 전문가로서의 책임과 함께 이에 합당한 보수를 보장받는 것이 우리나라 건축설계시장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건축과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존감입니다. 제가 학교에 다닐 때와 비교해보면 배워야 할 내용들이 너무나 많아졌습니다. 5년제로 바뀌면서 인증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 항목들인 거죠. 그렇다고 다른 전문직처럼 그 고생을 다 거치고 나면 밝은 미래가 보장되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고요. 이런 상황에서 밑도 끝도 없이 자존감을 가지라고 말 하기가 참 미안하지만, 우리가 살아갈 환경을 만드는 직업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학생시절을 보내기를 바랍니다. 선배로서 여러분들이 일하게 될 건축설계시장을 조금이라도 더 낫게 만들기 위해 힘을 보태겠습니다.

후배들이 설계하는 것을 장려하시나요? 아니면 탈건을 장려하시나요?

설계를 적극적으로 추천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탈건을 장려하지도 않습니다. 설계가 재미있고 소질이 있다는 이야기를 한두 번이라도 들은 적이 있다면, 일단은 해볼 것을 추천하기는 합니다.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바꿔도 좋고요. 설계 경험은 다른 분야로 갈아타더라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설계로 먹고 살 수 있나요?

먹고 살 수는 있습니다. 다만 건축설계는 비즈니스와 아트의 양가적 성격이 있음을 알고 어느 지점에 자신을 포지셔닝 할 것인지 곰곰이 생각하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은 모두 서울대에 들어올 만큼 똑똑합니다. 설계를 비즈니스로 생각하면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돈을 버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설계시장의 구조는, 아트로 설계를 접근하기로 마음을 먹으면 적어도 네임드 건축가가 되기 전에는 먹고 살기가 힘들죠. 이런 줄타기를 어떻게 할 것이냐, 그리고 네임드가 되는 최단의 길을 어떻게 찾을 것이냐가 과제인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가장 도움이 된 경험이나 공부는 어떤 것이 있나요?

솔직히 학교에서 배운 것 보다는, 주변의 잘 하는 학생들로부터 받은 자극이 설계에 매진하는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다른 학교 졸업전을 많이 보세요. 크리틱을 다니면서 느낀 것이지만 학교마다 결과물의 수준이 정말 많이 다릅니다. 요즘처럼 코로나 정국에 온라인 전시를 많이 하니 어렵지도 않잖아요? 그리고 틈날 때마다 여행을 많이 다니세요. 시내 여행도 좋고, 지방이나 해외(이건 요즘 어려울려나요?)도 최대한 많이 다니세요. 건축은 가서 보고 느끼는 것이 최고의 공붑니다.